집에서 하는 인형놀이에는 가장 큰 단점이 있다.
먹고 마시고 떠드느라 인형놀이를 할 수 없다는 점임.
이걸 해결하고자 하면 먹고 마시는 구역과 인형을 세워두는 구역을 좀 더 가깝게 놔야 할텐데 그렇게까지는 집이 넓지 않다.
놀고 먹느라 배는 부르고 웃고 또 웃느라 굉장한 흥분상태가 되어 여튼 사진찍기가 어렵다는건데...
배부르고 즐거웠으니 됐어.
그래서 이날의 멤버는 환희, 게마, 나.
애초에 선택지는 이러하였다.
1. 3주간 집주인의 손길이 닿지 않은 양정
2. 사직동, 이디오피아 게이샤.
그리고 장소는 더러운 양정이 되었다. 최선을 다해서 치웠지만 첫 손님이 도착하고도 나는 한참을 바닥에 붙어있었다.
환희가 맥도날드에서 상하이스파이스랑 불고기버거 사와서 잠시 감사와 기쁨의 춤을 추다가 경건하게 앉아서 지난 SNL을 보며 먹었다.
(이때까지도 인형을 꺼내지 않았음)
햄버거랑 감자를 다 먹어갈 때쯤 SNL에서 안영미가 그랬다.
"라면... 먹을래요?"
그리고 나는 환희랑 같이 먹을 라면을 끓이기 시작했다.
(이때는 인형놀이를 잊음)
햄버거를 다 먹어놓고 라면을 하나씩 먹는건 너무 많지 않겠냐는 환희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끓인 라면 두개는 전부 사라졌다.
배가 다 차고 나서야 아 맞다 인형놀이를... 하는 의식이 돌아왔지만 배가 불러서 인형을 꺼낼수가 없어서 잠시 정체의 시간이 흐르고, 가까스로 인형을 꺼내고 으앙 배불러 하면서 자연스레 환희에게 차를 마시자고......
비앤씨의 파이만쥬랑 딸기 슈크림을 꺼냈다.
그리고 정게마가 도착했다.
이하 그 와중에도 굴하지않고 어떻게든 사진을 찍은 무의식적인 인형놀이의 흔적이다.

큐!
오리모자쓰고 토끼 안고있음.

씨씨.
큐랑 씨씨가 이 날의 최대 피해자...가 아니라 내 가장 큰 손실이었는데
고양이털이 날아다니는 방에서 큰 위험 감수하고 이쁜 옷 입고 앉아있었는데 남은 사진이 없다.
환희 졸라서 한번 더 보자 그래야겠다.

그러니까 이 원피스가 저번에 환희가 꽃무늬 옷을 입히고온다길래 으앙 나도 꽃무늬옷을 하나 준비를...!! 하면서 밤새 만든 옷이렸다.
이제야 써 봤는데 어째 같이 세우고 찍어보질 못했네.



오늘은 요들레이히 할 것 같은 알파카.
그리고 이날의 아이돌은 사실 얘들이 아니었는데...

램인데.. 이날은 화려하게 점식이로 데뷔하였다.
나랑 게마는 "아따 고놈 참.." 을 연발하였음.

그래서 우리집 좋은 병풍을 꺼내보았다.
아따 고놈 참...

저녁에 내가 뭘 또 먹였는지 모르겠지만 게마가 습 하 습 하 하고있었고 환희가 입고왔던 치마 버튼을 풀고 "더 먹을 수 있어!" 했던 건 기억난다.
다음엔 식사용 몸빼라도 준비 해 놔야겠다 하고 반성함.
앗참 그리고 부산에 도착한지 이제 막 일주일이 좀 지났다.
4주전에 서울 올라갈때는 평소에도 자주 놀러가기도 했고.. 해서 아 뭐 별 일 있겠어 ㅎㅎ 했다가
놀러가는거랑 거기서 사는거랑은 엄청나게 다르구나 하면서 무인도에 고립된 윌슨친구처럼 달력에 빨간칠 해 가며 양정 갈 날만 세고있었음.
부산 떠나선 정말 못 살 것 같아. 출근길도 여유롭고, 점심도 한산하고, 퇴근길도 여유롭고, 집도 금방이고!
이젠 정말 완벽한 부산사투리를 구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네이티브하게 줄줄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반응이 죄다 네거티브 하다.


덧글
siki 2013/04/30 18:42 # 삭제 답글
돌아가셔서 싱나게 인놀하셨엌ㅋㅋㅋ부러우다:Q...
한인 2013/05/14 09:59 #
돌아오자마자 힘차게 하는 인형놀이는 여독을 풀어줍니다!
2013/05/04 23:39 # 삭제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한인 2013/05/14 10:02 #
사투리는 익스큐즈... 하도록 해요 ^_T... 그나저나 학기 끝나면 한번 뵈어야 할텐데!